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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보도자료

[2019.10.23.]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일제 말기 영화인 허영이 만든 프로파간다 영화 '콜링 오스트레일리아!' 등 3편 국내 최초 공개 2019.11.12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일제 말기 영화인 허영의 프로파간다 영화 <콜링 오스트레일리아!> 등 3편 국내 최초 공개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 HK+사업단(단장 김영민)이 오는 10월 27일(일)과 28일(월) 양일간 일제 말기 영화인 허영이 만든 프로파간다 영화 <콜링 오스트레일리아!>(1943년 제작 추정) 등 3편을 국내 최초 공개한다. 영화 <콜링 오스트레일리아!>는 오랫동안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영화 제작 사실만이 전해지다가 김한상 교수(아주대학교 사회학과)의 노력으로 그 소재가 확인됐으며,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가 2019년 7월 8일, 호주국립영상음향아카이브(NFSA)로부터 실물을 확보하게 됐다.


 허영과 그의 작품 <콜링 오스트레일리아!>는 한국근현대사와 한국영화사에서 매우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허영은 조선인으로 태어났지만 히나츠 에이타로(日夏英太郞)라는 일본 이름을 쓰고 일본어를 사용하며 상당 기간 조선인 정체성을 숨기고 살았다. 제국의 일원으로서 제국과 혼연일체가 되고자 했으나, 조선인으로 태어난 사실이 발각되면서 온전한 일본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그 후 조선으로 돌아와 만든 <그대와 나(君と僕)>(1941)는 그가 조선인 정체성을 가지고 만든 영화였지만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콜링 오스트레일리아!>는 허영이 인도네시아 자바에 일본군 군속으로 가서 만든 선전영화이다. 호주의 대동아공영권 참여를 독려하며 일본군 휘하 호주군 포로들의 풍요로운 삶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실제 포로들의 비참한 현실을 은폐한 ‘조작’으로 악명을 얻었다. 일본군 소속의 조선영화인이 감독하고 출연자의 대부분이 호주, 네덜란드, 영국 출신의 백인이며 대사의 대부분이 영어로 된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의 단선적 역사기술에 균열을 일으킨다.


 허영은 일제 패망 후에 일본으로도, 그리고 한국으로도 귀환하지 못하고 ‘후융’(Dr. Huyung)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인도네시아의 독립운동에 헌신하며 자신의 삶을 마무리 지었다. 허영의 삶과 <콜링 오스트레일리아!>는 해방이후 국민국가의 민족 서사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오욕의 과거이자, 일본제국의 영화사에서 보더라도 주변부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호주국립영상음향아카이브(NFSA)가 적군의 노획자료로 처음 입수한 뒤 1986년에 대외 공개되었고,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제국과의 일체화(혹은 ‘일본인’ 되기)의 예정된 실패, ‘대동아’라는 범세계주의적 지향 속에 실재하던 인종 정치, 그리고 미국을 극복한 대동아적 백인 유토피아를 구현하기 위해 연출된 기묘한(uncanny) 풍요의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단순히 어느 실패한 ‘친일 부역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제국과 인종의 위계를 실감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한편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는 <콜링 오스트렐리아!>에 출연한 일본군 포로들이 일제 패망 이후 당시 조작 정황을 증언한 메타 영화 <일본 제공(Nippon Presents)>과 1986년 이 영화들이 처음 공개된 이후 영화 촬영과 제작 과정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로파간다의 포로들(Prisoners of Propaganda)>도 이번 영화상영회를 통해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 행사일정

1일차: 10월 27일(일) 13:00 ∼ 20:00,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청송관 152호

2일차: 10월 28일(월) 14:00 ∼ 20:00,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청송관 569호


◆ 문의: 033) 760-0121, ysmkhk@yonsei.ac.kr


◆ 작품소개

<콜링 오스트레일리아!: 전쟁 포로의 프레젠테이션, 호주인의 전갈 (Calling Australia! P.O.W. Presentation. An Australian Message)>

- 일본영화사 제작, 허영 감독, 1943년 추정


허영, 혹은 히나츠 에이타로, 그도 아니면 후융이라 불리었던 조선인 감독이 인도네시아 자바에 주둔한 일본군의 선전 목적으로 연출한 영화이다. 일본군 휘하의 포로수용소에서 살아가는 호주군 포로들이 어떻게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고, 수용소의 삶이 물질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얼마나 풍요로운지, 그리고 이들 포로들이 일본의 대동아공영이라는 이상에 매우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총 3개의 챕터(1부-매일매일, 2부-우리가 잊지 않도록, 3부-행복한 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당국은 이 영화를 통해 호주인들에게 자신들이 호주군 포로를 잘 대하고 있음을 알릴 뿐 아니라, 호주가 미국의 동맹에서 이탈하여 대동아공영권으로 합류하기를 독려하는 선전을 하고자 했다. 영화의 촬영을 위해 호주, 네덜란드 및 영국군 포로들이 강제로 동원되었으며, 수용소의 비참한 실상을 은폐하고 호화스러운 삶을 사는 것처럼 연기해야 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본 제공 (Nippon Presents)>

- 폴리군 프로필티(Polygoon-Profilti, 네덜란드),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정부 영화대(Netherlands Indies Government Film Unit) 제작, 얍 스페이어 감독,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연합군에 노획된 <콜링 오스트레일리아!> 필름을 재편집하고 그에 대한 관계자들의 증언을 사이사이 삽입한 메타 영화이다. <콜링 오스트레일리아!>에 출연해야 했던 네덜란드, 호주, 영국 출신의 군인 및 민간인 포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영화를 관람한 후, 이에 대해 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증언자들은 영화 속 장면들이 모두 연출된 거짓이며, 영화에서 풍요롭게 사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과 달리 포로들의 실제 삶은 매우 비참했음을 강조한다. 연출된 장면들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였는지, 그들의 실제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증언이 잇따른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직후 인도네시아인들이 일본으로부터 겪은 폭력의 비참한 잔해들을 찍은 영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비판하는 논조로 끝나면서 인도네시아를 재식민화하고자 한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정부”의 크레딧이 올라가는 역설적인 엔딩을 볼 수 있다.


<프로파간다의 포로들 (Prisoners of Propaganda)>

- 필름오스트레일리아(Film Australia) 제작, 그래엄 셜리(Graham Shirley) 감독, 1987년


호주국립영상음향아카이브가 오랜 기간 소장해온 영화 <콜링 오스트레일리아!>를 종전 40여년 후 공개하면서 이 영화의 제작 배경에 대해 추적한 다큐멘터리이다. 40여년 만에 카메라 앞에 다시 선 귀환포로들의 증언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바탕으로, 호주군 포로들이 어떻게 촬영에 동원되었고 그처럼 영화로 연출된 그들의 조작된 삶이 어떠한 큰 그림 속에서 기획되었는가를 추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