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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2006.06.03
공통 실처장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이번 학기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학기말 시험 준비에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3월 29일 총학생회가 본관을 무단 점거한 이후 아직까지도 7, 8명의 학생들이 머물러 있어 학교의 정상적인 업무가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학교가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견디는 것은 우리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물리적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은 비지성적 행위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총학생회가 보여주는 행동양식은 2, 30년 전 학생운동의 유산입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학생 활동의 패러다임도 새 시대에 맞게 근본적으로 바뀌어야만 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대의기구인 총학생회를 존중하여 무단 점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 왔습니다. 몰론 등록금 인상이 많은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심각한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 고통을 모든 연세구성원이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직원의 봉급을 동결하고 학내 모든 기관의 운영비를 10% 삭감하며 교무위원의 보직수당을 제자사랑 장학금으로 출연하는 등의 비상대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학교의 재정 현황과 타개책에 대해서는 학기 초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연세 구성원들에게 이해를 구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총학생회 대표들에게도 수차례 학교의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설명하였으나, 총학생회는 이른바 “교육투쟁”이라는 운동권적 논리를 앞세워 이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무턱대고 등록금을 깎아 달라고만 요구하고 일정액을 전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만이 이른바 “교육투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니 학교로서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전체 학생들에게 일정액을 되돌려 주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연세공동체 안에서의 나눔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아울러 본관점거 후 등록금 조정 “협상”이 되풀이 되어 왔던 이전의 방식은 연세 캠퍼스에서만은 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학교로서는 본관이 점거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해 왔습니다. 실처장 회의를 거치고 총장님의 재가를 얻어 학교가 최종적으로 제안한 것은 대외모금으로 장학기금 30억 원을 조성하고 다음 학기부터라도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금으로 시작하지만 다음 학기에 당장 장학금 사용의 필요액이 기금 수익보다 커지면 기금자체도 장학금으로 사용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에게 두 학기 분의 이자를 학교에서 지급하겠다는 제안도 하였습니다. 교내 근로 장학금과 봉사 장학금을 학기당 7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하였습니다.

이밖에 재수강 제도의 개선, 학점 취소제, 생리결석계 문제 등은 현실적 필요성과 교육적 원칙이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빠른 시간 내에 논의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습니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를 기반으로 연세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송도계획의 추진단 내에 “학생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뜻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여러 진심어린 제안들을 총학생회는 이른바 “선전전”의 도구로 악용하여 사실을 왜곡, 과장함으로써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안타까운 행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대학은 어느 한 편이 이기고 다른 한 편이 지는 제로 섬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제 학생자치활동도 투쟁과 저항의 패러다임에서 대화와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모두가 윈-윈 (win-win)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총학생회는 학교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 본관점거를 이번 학기말 시험때까지 철수하고 학교와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의논할 자세를 갖추어야만 합니다. 총학생회가 학생과 학교 사이의 믿음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마음을 더하고 정성을 합하여 연세가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2006년 6월 2일

연세대학교 실처장단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