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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24년 2월 학위수여식사 2024.02.26

2024년 2월 학위수여식사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품에 안은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큰 믿음으로 사랑하는 자녀를 저희 연세에 맡겨주시고,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학부모님들과 가족 여러분들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졸업생들의 앞길을 늘 격려하고 응원해 주시는 허동수 재단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그리고 이경률 총동문회장님을 비롯한 40만 동문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이뤄내면서 열성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오늘의 주인공인 졸업생 여러분들은 우리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박수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여러분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 모두에 적응해 가며 학문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심각한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도 최선의 교육을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지혜를 모으고 수고를 다 해 주신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들께도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작년 11월 한국프로야구에서는 29년 만에 엘지 트윈스가 우승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팬인 저는 부러웠습니다. 그때 엘지 주장 오지환 선수가 우승의 이유를 “감독님, 코치님들 그리고 하나로 똘똘 뭉쳐 좋은 경기를 해 준 우리 선수들, 뒤에서 서포트해 주신 프런트 분들, 마지막으로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팬”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그 소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학생들과 가족분들, 교수님들, 직원 선생님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오늘, 이 정든 교정을 떠나면 여러분은 각자가 거둔 성취만큼이나 학위가 주는 무게를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겁니다. 이 시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성과 공동체 정신을 함양한 연세 동문으로서, 더 큰 세상에서 각자의 책임을 다할 날들이 여러분 앞에 곧 펼쳐집니다. 이에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모두 소명 의식을 갖자는 것입니다.


1885년 창립이래 근 14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연세대학교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하며 독립운동과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의 주인공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선배들이 쌓아온 그 빛나는 발자취를 이어갈 주인공이 바로 졸업생 여러분들입니다. 연세 울타리 밖에서 여러분이 걷는 길이 세상을 바꾸고, 연세의 역사와 세상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입니다. 연세 동문으로서 여러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러한 소명 의식을 지닌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연세의 개척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의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가 조선에 왔을 때 나이가 26살이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대다수의 나이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어렸을 나이에 멀리 이 이국땅을 밟은 것입니다. 조선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닙니다. 뭘 먹고 사는지, 학교나 병원은 있는지도 모른 채 단지 주님을 모르는 1,000만의 백성이 있다는 것만 알고 왔다고 합니다. 청년 언더우드에게 조선은 문자 그대로 험지(險地)이자 동토(凍土)였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그러나 교회와 교육, 무엇보다 인류에 대한 언더우드의 헌신과 사랑이 우리의 시작이었고 연세대학교는 이제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서 세상을 이끄는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언더우드가 뿌린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이렇게 거대한 아름드리나무가 된 것입니다. 우리 졸업생 여러분들도 언더우드의 개척정신을 항상 기억하며 세상에 좋은 씨앗을 심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셋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탄력성을 키웠으면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길에서 넘어질 수 있습니다. 넘어진 그 자리에 멈춘다면 더 이상 넘어질 일이 없겠지요. 넘어지는 건,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 사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유명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는 “누구나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오르막길이건 내리막길이건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 넘어져도 잘 추스르고 일어나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넘어지는 일을 두려워 말고, 용기 있게 여러분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일어날 때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인생에서 더 훌륭한 마라토너가 되어 있을 겁니다.


우리 연세인 여러분!


이제 저 교문을 나서야 하는 여러분의 가슴 속에는 기대와 희망만큼 두려움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원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조금만 어둠을 견디다 보면 곧 해가 뜹니다. 자연의 섭리입니다. 혹여 지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두려워 말고 여러분이 꾸며갈 밝은 미래를 확신하길 바랍니다. 늘 우리 연세가 응원할 겁니다.


오늘 이 자리의 모든 분께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연세인으로 살면서 가슴 속에 늘 품고 있던 성경 말씀으로 학위수여식 식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이사야 41:10)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6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