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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제20대 총장 취임사 2024.02.02

연세대학교 제20대 총장 취임사


 

존경하는 연세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연세대학교 제20대 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윤동섭입니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귀한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우선 대한민국 국회 김진표 의장님과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님께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셨습니다. 존경하는 허동수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이경률 총동문회장님, 전임 총장님들, 그리고 많은 내외 귀빈 여러분께서도 귀한 발걸음해 주셨습니다. 또한 우리 연세의 동료 교수님들과 직원 선생님들, 무엇보다 우리 연세의 희망인 학생 여러분께서도 이 뜻깊은 자리를 빛내주고 계십니다.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서, 139년 연세의 빛나는 역사를 이어온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떠올립니다. 연희와 세브란스가 하나 되어 대한민국 고등교육 발전을 견인해 온 그 길, 그 견고한 노정을 다져온 수많은 분의 헌신과 봉사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랑스러운 연세의 역사 앞에서, 학교 발전과 사회 공헌의 준엄한 책무를 감히 이어받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는 인류 문명의 대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23년 “올해의 과학계 인물 10명(Nature’s Ten)”에 챗지피티(Chat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함께 선정하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과 교육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은 무엇보다 인간의 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집니다. 절제의 미덕을 잃은 무분별한 자연 개발은 심각한 기후 변화와 전대미문의 팬데믹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동력원이 바뀌어 가면서 글로벌 산업생태계 전반에 급속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활성화된 비대면수업과 회의, 재택근무는 일상에서도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유수 대학들은 대전환의 거센 파도를 넘기 위한 혁신을 이미 시작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별 적응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및 산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스타트업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기반 수업 등 대학 교육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캠퍼스가 아예 없는 대학들도 문제해결 중심으로 교육의 방법과 내용을 혁신하며 전 세계 교육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가 연세에 던지는 도전과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도전에 맞서기 위한 우리만의 정체성으로서 초학제, 초융합의 화두를 관통하는 답을 바로 ‘연세다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연희와 세브란스는 하나님의 예비하심으로 하나가 되었으며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1-32)는 말씀은 연세 교육의 이념이 되었습니다. 진리와 자유를 염원한 연세의 통재교육(通才敎育)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학문을 두루 통하는 교육이자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초학제간 융합연구와 실용적 교육을 의미합니다. 바로 우리 연세 교표에 형상화된 ‘연세다움’의 본질입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 앞의 새로운 시대적 도전을 담대히 마주하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권능을 주시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게 하신 임파워링을 생각합니다. 저는 연세의 교육이념을 실천하고 미래의 창을 여는 새로운 연세의 시대를 위해 연세다움의 힘을 돋우는 ‘임파워링 연세(Empowering Yonsei)’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여기에는 헌신(Serve)과 기여(Share), 믿음(Empower)과 신뢰(Trust), 그리고 혁신(Innovate)과 개척(Pioneer)의 가치가 배어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기독교적 창립 이념에 기반한 청지기 정신으로 지역사회와 인류 공동체에 공헌해 왔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 역시 상아탑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나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을 대학의 의무로 인식하고 또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으로 인격을 도야하고 동양과 서양, 옛것과 새것을 조화하는 교육으로 학문과 실용을 겸비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지도적 인격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것, 그것은 연희전문 시절부터 우리 연세가 걸어온 ‘동서고근(東西古近)의 화충(和衷)’을 통해 청지기 정신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자율적으로 사고하는 인재,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지구촌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저는 학생들 스스로가 배우고 싶은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학생 자율 설계 학기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교육이나 미래 적응형 전공 교육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한, 우리 연세가 참여하는 대학(engaged university)으로서 사회와 세계로, 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의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융복합 연구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이 지닌 지식과 자산이 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투입되고 사회적 가치는 다시 대학으로 환류하는 미래 대학의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연세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이 모두 책임과 자율적 권한을 갖고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는 거버넌스 혁신을 이끌겠습니다.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권한과 책임의 위임으로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각 단위 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통해 연세 공동체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연세다움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입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연구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은 미래의 창을 여는 새로운 연세의 도약을 향한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관심은 이제 수명 연장을 넘어서 건강하게, 잘 늙는 웰에이징(Well-aging)으로 옮겨갔습니다. 우리 연세는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에 최적화된 인적·공간적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삶과 사회의 의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초연결·초융합 문제, 질병 치유와 건강한 삶 추구 등을 아우르는 초학제적 융복합 연구 기능이 이미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캠퍼스에 조성되고 있는 연세 사이언스 파크 (YSP)를 첨단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가 위치한 송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오 R&D 융합단지를 조성해 연구 및 산학협력의 선순환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서부에 구축된 초격차 첨단 바이오헬스 밸리의 중심으로 우리 대학은 세계적 경쟁력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래캠퍼스는 연세를 받치는 커다란 기둥입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들이 직면한 위기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래캠퍼스의 어려움은 마땅히 우리 연세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 풀어가야 합니다. 저는 이 위기를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겠습니다. 특화된 커리큘럼의 도입 등 다양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해 가겠습니다. 우리의 모든 캠퍼스가 자랑스러운 연세의 구성원으로, 또 미래를 여는 중추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 주시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우리 연세 가족 여러분!

 

저는 하나님께서 설립하신 연세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늘 자랑스럽습니다. 이 벅찬 긍지와 자부심으로 연세인 모두와 함께 미래를 열겠습니다. 오래된 미래를 꿈꾸며 존중하고 존경받는 대학으로 진리와 자유를 향해 걸어온 연세의 도전은 오늘 미래의 창을 여는 새로운 ‘연세시대(延世時代)’로 이어질 것입니다. 제가 많은 분을 찾아뵈면서 드렸던 말, 들었던 말씀을 퇴임하는 그날까지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건학 시기부터 이어온 우리의 연세다움으로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과 우리 연세의 앞날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저를 지켜주고 이끌어 주신 성경 말씀으로 취임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1일

연세대학교 제20대 총장 윤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