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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23년 8월 학위수여식사 2023.09.11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자랑스런 연세 동문의 일원으로서, 오늘 세상을 향해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는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귀한 자녀를 사랑과 희생으로 지원하신 학부모님들과 가족 친지 여러분들께도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올립니다. 연세에 주어진 인재 양성의 소명이 잘 수행되도록 늘 애써주시고 성원해주시는 허동수 재단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그리고 이경률 총동문회장님을 비롯한 40만 동문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계적으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이뤄내면서 질 높은 강의와 지도로 제자들을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졸업생 여러분들이 연세 동산에서 뿌린 노력과 인내의 씨앗들이 결실을 맺는 뜻깊은 날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학교 생활을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함께 보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기 이렇게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서게 된 것은 그 위기를 창의적으로, 인내심으로, 그리고 이해심과 포용심으로 잘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역경의 시간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이 자리에까지 도달한 여러분들이기에 오늘 졸업식은 그 어떤 때 보다 더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여러분들이 이뤄낸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는 또한, 불과 몇 년 전의 세상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달라진 세상으로 여러분들을 내보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 신냉전, 테러리즘, 경제 위기, 전쟁, 정치 양극화 등 다양한 위기의 요인들이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지구적 보건 위기가 다시 닥치지 않을 것이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기술 등 새로운 기술 발전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근본적 가치들 하나하나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고, 그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묻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맞이할 세상은 그저 불확실성의 시대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초불확실성의 시대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무엇이 불확실한지 조차 불확실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에게는 새로운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등불을 들 지도자들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졌습니다. 오늘 연세를 나서는 여러분들이 바로 그런 지도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초불확실성의 시대에서도 새로운 리더쉽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 안에 이미 그런 잠재력이 있습니다. 잠재력을 실현시키는데 필요한 덕목을 갖추시기 바랍니다.


저는 연세의 신앙적 뿌리와 이 학교를 세운 설립자들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세 가지 덕목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과거로부터 주어진 지식, 경험, 관습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늘 도전하는 태도입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것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태도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연세는 지난 138년동안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적 사고를 하는 지도자들을 길러왔습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여러분들이 계속 그런 지도자들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눈앞에 놓인 도전이 어려워 보이고, 심지어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계속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자세를 늘 가지시기 바랍니다. 성경의 말씀대로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라는 소망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는, 포용의 역량입니다. 생각과, 의견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갖는 것이야말로 초불확실성의 시대의 지도자들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런 지도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공동체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위기의 순간에도 남다른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연세의 정신을 간직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포용적 삶의 모범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불확실한 세상을 향해 등불을 들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여러분들을 위해 연세는 늘 든든한 고향같이 남아 여러분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세가 여러분의 추억의 장소로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연세 스스로 늘 혁신하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모습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이라는 현재의 위치를 넘어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비상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께 드리는 축하의 말씀을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시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모든 일들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성 어거스틴은 성어거스틴이 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었을까요?” 이 싯구를 기억하면서, 걱정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낙심하지 않고 걷다보면 어느 순간 목표점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걸어가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도 가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뒤에 쳐져 있는 사람을 본다면 기다려주기도 하고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하기 바랍니다.


졸업생 여러분들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신 모든 분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8월 25일

연세대학교 총장 서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