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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세상에 쓸모있는 책으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4-09-13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세상에 쓸모있는 책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만드는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영어영문학 03)

 


출판 기획자는 세상의 다양한 콘텐츠와 이야기들을 주의 깊게 살펴 발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더욱 쉽고 흥미롭게 만날 수 있도록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다. 이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품고 있는 원석같은 이야기를 예민한 감각으로 바라보고 열정을 다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낸다. 책은 때로는 한 개인의 감동, 때로는 세상의 울림이 된다. 윤성훈 동문은 다수의 베스트셀러 편집자로 출판계에서도 손꼽히는 스타 편집자다.

 


문학청년에서 출판 편집자로

출판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해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소설가나 시인 등 창작을 꿈꾸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윤성훈 동문은 대학시절 문학을 다루는 학과를 이중으로 전공했으니 더욱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 전공은 영문학이고 이중 전공으로 국문학을 했어요. 글 관련된 일을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독서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일에도 흥미가 있어서 창작 수업도 꽤 들었어요. 당시 정현종 교수님의 시 쓰기 수업, 한강 선생님의 소설 쓰기 수업 등을 들었어요. 습작도 하곤 했죠. 비평 수업도 무척 좋아했었고요. 또 <연세춘추> 기자로 2년 동안 열심히 활동하면서 마지막 한 학기는 데스크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사실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미래 안정성을 위해 출판보다는 신문사나 방송사, 광고회사 등 언론홍보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연세춘추 기자로 활약한 만큼 언론 분야의 진로에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연세춘추 활동을 해서 주변에 기자 친구들이 많아요. 진로를 선택할 때 당연히 그 분야에 대한 고려도 있었죠. 그런데 신문사랑 출판사 최종 면접일이 딱 겹쳤어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저한테는 기자보다는 출판쪽이 더 잘 맞겠다는 직관적인 판단을 했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기자를 하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자는 계속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진실을 좆아야 하는데 저는 현장 속으로 종횡무진하는 것보다 쓰는 편을 좋아했어요. 연세춘추 활동을 할 때도 현장 취재보다는 열심히 글을 쓰는 것에 더 재미를 느꼈고요.”


연세춘추 마감을 하느라 매주 금요일마다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많이 고되기도 했지만 윤성훈 동문의 학창시절 추억에서 연세춘추는 너무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까지 마음을 나누며 줄곧 만나는 이들도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이다. 또 편집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도, 자신의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된 것도, 세상을 조금은 낯설게 보는 시야를 갖게 했던 것도, 남다른 안목의 편집자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때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재미있고 치열한 출판 편집의 세계

윤성훈 동문이 출판 편집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은 어느 교육 출판사였다. 출판사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곳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보수적인 분위기에 실망했던 그는, 3개월 만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발간하는 상업 출판사인 웅진지식하우스로 이직했다. 소설, 에세이 등을 다루는 문학 부서에서 시작해 출간 기획부터 저자 섭외, 책 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책임편집자로 경력을 쌓았다. 온전히 한 권의 책이 그의 손에 달려 있는 만큼 책임감이 큰 일이지만 그 과정 자체를 즐겼다. 무엇보다 그가 좋아했던 일은 한 권의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독자들에게 콘텐츠의 매력과 감동을 짧지만 강렬하게 전달하려면 콘텐츠의 방향과 핵심 내용은 물론 매력 포인트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어야 하기에 책임 편집자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출판사에 입사하고 보니 일이 그냥 재미있었어요. 어찌 보면 큰 관점에서는 연세춘추에서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죠. 출판 전 과정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작업은 책 표지에 담길 글을 쓰는 일이에요. 제목을 무엇으로 짓고, 표지 카피나 저자 소개는 어떻게 쓸지 등 표지에 들어가는 텍스트를 정리하는 것이죠. 제목을 정하는 일은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인데 작가의 의견, 상사의 의견, 마케터의 의견까지 취합해서 조율하고 의견을 모아나가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 자체가 온전히 편집자의 몫이죠.”


이 과정은 책을 ‘잘 팔리게’ 하는 일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잘 팔린다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항상 치열하게 논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는 그 과정 에서 매력을 느꼈다. 때로는 출판 편집자의 길에 고민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역할을 즐겼기에 이 길을 오랫동안 걸을 수 있었다.

 


조금은 다른 시선의 책들, 실험적인 도전을 위한 1인 출판사 창업

웅진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낸 후 윤성훈 동문은 다산북스로 이직해 본격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내놓는 편집자로 이름을 알렸다. 문학, 인문,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약하며 스타 편집자로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그의 기획과 역량이 돋보였던 것은 인문서 분야였다.


“문학, 인문, 경제경영, 자기개발, 자녀 교육, 역사까지. 여러 출판사를 거치면서 안 해 본 영역이 없었어요. 사실 성과가 가장 잘 나왔던 책들은 다산북스 인문팀장으로 있던 때였죠. 기억에 남는 책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역사의 쓸모>인데 철학과 역사라고 하니 어려운 책일 것 같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책이라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날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문제의 답을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는 책들이죠.”


정통적인 인문서가 아니라 오랜 통찰을 기반으로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재 닥친 문제들과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답을 주는 책들이다. 일종의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지녔지만, 누군가의 성공담을 풀어놓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인문학을 기반으로 삶에 쓸모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책들로,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측면이 대중들에게 더 큰 울림을 전할 수 있었다. 그만의 조금은 다른 관점이 돋보이는 책들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윤성훈 동문은 다산북스에서 5년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2021년, 1인 출판사인 클레이하우스를 창업했다. 출판업은 큰 물적 자본 없이 지적 자본을 갖추고 있으면 창업할 수 있기에 다른 분야보다 창업의 문턱이 낮지만, 그럼에도 대형 출판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편집자에게는 나름 도전적인 일이었다. 


“여러 출판사를 거치면서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게 제 자산으로 쌓였어요. 큰 조직과 시스템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더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 글을 쓰기도 하고, 매우 상업적인 책을 내기도 하고, 전자책을 비롯해 다양한 창구를 활용한 출간과 마케팅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통과돼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클레이하우스는 이제 4년 차밖에 안 된 신생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대중들이 사랑하는 책을 다수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벌써 출간한 책이 20여 종에 이른다.

 



계획과 현실이 다르다면, ‘도전’하는 용감함을!

클레이하우스를 창업한 후 출간한 첫 책은 그가 직접 저자로 참여한 <나는 도망칠 때 가장 용감한 얼굴이 된다>이다. 의미심장한 제목의 이 책은 보통 비겁한 일로 여겨지는 ‘도망’을 뒤집어 본 책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용기가 없어서 계속 스스로를 소진하곤 한다. 윤 동문은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철학과 문학 콘텐츠에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 고민에 대한 답을 전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 기대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진 삶의 태도와 맞닿은 지점이 있어, 그에게는 매우 의미가 깊은 책이다.


“저는 아니다 싶을 때 빨리빨리 갈아타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 가는 이들에게 다른 방법도 있다, 그냥 그런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어서 실험적으로 낸 책이에요. 판매가 많이 되진 않았지만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기도 했고 현재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책이 발간되어 더 의미가 있습니다.”


첫 책을 비롯해 초기에 연달아 발간한 세 권의 책이 인문서였던 만큼, 윤 동문은 창업 당시 클레이하우스의 정체성을 인문서 중심의 출판사로 방향을 잡았다. 실제로 그가 가장 강점을 가졌던 분야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산북스에서 잘했던 인문서 중심의 출판사를 생각했어요. 자기계발적인 니즈가 있는 인문 책을 생각했는데 원래 계획과 현실은 다르잖아요? (웃음) 창업한 직후에는 시장이 좀 바뀌어서 더 이상 그런 책들이 소구되지 않는 시대가 왔어요. 그래서 방황도 좀 했죠. 그러다 창업 후 6개월쯤, 소설에서 베스트셀러가 나오면서 기회가 왔고, 회사의 성격도 좀 바뀌었어요. 세 권의 인문서를 낸 후였죠.”


그가 클레이하우스를 창업한 것은 도망이라기보다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아도 그는 용감하게 꾸준히 책을 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시대를 담은 따뜻한 이야기, 베스트셀러가 되다

윤성훈 동문에게 찾아온 큰 기회는 창업 후 네 번째 발간한 소설,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다. 이 소설은 2019년 ‘카카오 브런치’에 처음 연재되었고, 2021년 ‘밀리의 서재’를 통해 소개된 후 입소문을 타며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꼽혔다. 실험적인 마케팅, 좋은 콘텐츠를 찾고 있었던 데다, 출간 방식에도 열려있는 윤성훈 동문에게 종이책 발간 제의가 왔고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종이책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동네서점이라는 평범한 공간 속에 모여드는 사람들, 평범한 이들의 시선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법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펼친다. 소설 속 서점은 위로의 공간이다. ‘이런 서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손으로 넘겨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오프라인 발간이었다.

 

“당시에는 소설을 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 밀리의 서재 쪽에서 독자들이 종이책 발간을 원하고 있으니 한번 발간을 검토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글을 읽어보고는 너무 출간하고 싶었어요. 그만큼 마케팅도 엄청 열심히 했어요. 안 해본 방법이 없었죠. 출간하자마자 한 달 안에 바로 반응이 왔어요. 초판이 금방 다 팔렸어요. 책이 설날 전에 나왔는데, 사실 그 시기는 연초라 인쇄소에서도 신학기 교재, 다이어리 등에 매진하느라 소설은 후순위로 밀리는 때이거든요. 빨리 2쇄를 찍어 팔아야 되는데 책이 나올 수 없어서 발을 동동거리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죠. (웃음) 기쁘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어요. 사실 그전까지 낸 세 권의 인문서는 생각만큼 판매가 되지 않아서 초조했거든요. 초반에 계획대로 안 되면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잖아요. 들뜨고 기쁜 기분은 이후에 찾아왔어요. 그때 깨달았죠. 그냥 꾸준히 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일희일비하지 말자 하고요.”


전자책으로 입소문을 탔다고는 하지만 편집자인 그를 매료시키고 또 대중을 사로잡은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이야기 자체도 좋지만 출간된 시점의 시대상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대중들이 해소하고 싶었던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본다.


“팬데믹 시기에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했잖아요. 소속감에 대한 열망도 있었을 테고요. 동네서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그들의 고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잖아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서점의 따뜻한 이야기로 대리만족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팬데믹으로 인해 결핍되었던 감정을 책을 통해서 누릴 수 있게 된 거죠. 작가님이나 저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을 잘 탄 것이라고 봐요.”


2023년 발간돼 현재까지 높은 판매고를 올린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도 공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 명의 메인 캐릭터가 끌고가는 서사가 기존 소설의 주요 흐름이었다면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며 서사가 만들어지는 소설들이 시대상과 잘 맞아떨어진 셈. 그는 겸손하게 시대의 흐름을 잘 탄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가 출간한 책들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은 인문적 시선으로 시대에 대한 통찰을 언제나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책은 독자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윤성훈 동문은 출판은 누군가의 통찰로 끌고 가는 면이 많다고 한다. 누군가 한 명이 기회를 발견하고 수많은 사람을 설득해서 끌고 가는 것이라는 뜻. 그만큼 편집자의 역할은 주도적이고 시대상을 바라보는 명철한 시선과 통찰력, 거기에 더해 잘 팔릴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뾰족한 시각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많은 편집자들이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결국 세상에 ‘쓸모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편집자들은 자기만의 세계가 공고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확고하죠. 치기 어린 상태에서 출판 편집자를 하고 싶어 하는 지망생들도 많죠. 사실 저도 그랬었지만 그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제게 비즈니스 기회가 확 열렸고 성과도 나기 시작했어요. 창업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도 딱 그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문학 소년이었고, 책을 좋아하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과 안 좋은 소설이 분명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잘 안되게 마련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냥 독자로서 읽으면 되는 것이고, 출판인으로서는 책을 팔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책을 팔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산북스에서 일하면서 저 역시 이걸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 출판사 회장님도 이런 말씀을 하셨죠. 독자가 천재다. 독자가 다 옳다. 이 기준으로 책을 생각해야 진정한 출판 편집자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 기준으로 생각하는 순간, 세상을 원망하고 독자들을 폄하하게 되죠. 편집자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에요.”


윤성훈 동문이 창업 후 일관되게 지켜온 편집자로서의 철학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가 출간한 책들은 한두 가지 책들로만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루고루 판매지수가 높다. 역시 ‘최대한 독자의 시선으로’ 세상과 콘텐츠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편집자보다 ‘꾸준히 책이 읽히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한다.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 출판하는 애호가의 연장선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을 찾고 보는 편집자로서, 철저하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출판을 대한다. 1인 출판사로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취향에만 기대지 않고 소설, 에세이, 인문, 자기계발, 경제경영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책을 출간하는 ‘종합출판사’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에 힘입었다. 또한 어느 출판사보다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독자와의 접점을 찾고, 독자의 관심을 파고들고자 한다. 일단 이 좋은 콘텐츠를 ‘읽힐 수 있게’, ‘공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책에 대한 관심을 끌고 좋은 콘텐츠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이 다시 퍼져 나가며 읽힐 수밖에 없는 책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책 판매고에 큰 힘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과연 출판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최근에 한 연예인이 언급한 책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온 일이 있어요. 저는 출판시장의 트렌드를 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좋다 나쁘다라고 일반화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조금 어렵다고 여겨지는 책이지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으로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저변이 확대된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꼭 가벼운 책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아니라 무겁고 진지한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이 모두 돈을 받고 추천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진심으로 추천한 책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독자들이 그런 걸 다 알아보니까요.”

 

 



한국 출판의 해외 시장 진출의 중심으로

윤성훈 동문은 국내를 넘어 꾸준히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한국 출판사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성과가 가시화되는 일도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클레이하우스는 단연 앞서가고 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런던 도서전에서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가 부스 메인 도서로 크게 세팅해 줄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통했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도 텀블벅 펀딩으로 시작됐지만 출간 전 이미 6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요즘 한국 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미국, 영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호주, 일본, 브라질, 튀르키예 등 해외 8개국 이상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도 신인 작가임에도 출간 전에 이미 6개국에 판권을 팔았죠. 이런 경우는 없었거든요. 특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책 이야기잖아요. 책, 서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잖아요. 결국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 이야기를 찾게 돼요. 그래서 책에 대한 소설들이 해외에서는 하나의 큰 카테고리가 될 정도로 많죠. 한국 책 중에는 그동안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이 딱 그 자리에 들어간 거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국 책을 사니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눈에 많이 띄었던 것이고, 많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클레이하우스의 사례를 통해 한국 도서 콘텐츠의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다른 출판사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그는 앞으로도 우리 콘텐츠가 해외에서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 그리고 판매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이제는 1인 출판사가 아닌 5인 출판사로 성장한 클레이하우스를 더 다채롭게 성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특히 독서 인구가 낮은 MZ세대들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젊은 친구들을 영입해 그들 세대의 니즈와 목소리를 살피려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출판 시장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클레이하우스’라는 사명답게 찰흙처럼 유연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확장해 나가는 출판사로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성훈 동문에게 일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에 언제나 관심을 기울이고 보석같은 이야기를 찾아내야 하는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나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다고 믿고 세상을 향해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 놓는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콘텐츠, 변화를 이끄는 쓸모 있는 지식, 함께 나누는 재미와 감동이 담긴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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