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살 집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연결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블루오션 개척자,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도시공학 01)
휴식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을 비우고 다른 곳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대개는 현지 친인척이 누가 있는지 생각해 보거나 숙박 사이트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부동산사무소를 찾아간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임대’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숙박시설의 요금이 합리적인가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런 필요에 주목해 포화 상태의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임대라는 새로운 판을 만들어낸 박형준 동문. 성장세가 가파른 우리나라 대표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를 세상에 내놓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부동산에서 찾다
“어린시절부터 꿈을 적어내라고 하면 줄곧 사업가로 적어낼 만큼 사업이나 장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우표 수집이 취미였는데 많이 사고팔기도 했고, ‘대항해시대’ 같은 게임도 좋아해서 밤새 하기도 했고요. 사고팔면서 이윤을 남기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관심이 이어져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했죠.”
도시공학을 전공했지만 박형준 동문이 창업을 꿈꾸고 실행하게 된 것은 그의 성향을 봤을 때 전혀 의아하지 않은 일이었다. 졸업 후에는 남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언젠가는 창업을 하리라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때는 요즘처럼 창업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학창 시절 인턴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했죠. 인턴 과제로 샌드위치를 여대 앞에서 팔아 보기도 했고요.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그때까지도 창업 아이템에 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무엇인가 사업을 하고 싶지만 어떤 분야에서 사업을 할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직장인으로 살다 어느 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뒀어요.”
회사 생활은 충분히 좋았지만, 계속 그렇게 살면 하고 싶은 일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사 4년 만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딱 한 아이템을 정해 놓고 그만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진로와 창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 그가 마주한 시장이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고민하던 시기, 강남에서 부동산업을 하던 사촌 형의 일을 돕다 부동산 중개업 시장을 경험하게 된 것. 이후 그는 부동산 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무슨 사업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전공과 관련 있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어요. 도시공학과 관련한 일들 중에 사실 사업과 관련한 것들이 많지 않거든요. 도시공학이라는 게 도시에 대한 정책적인 일들을 다루는데, 그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소수가 하는 일이죠. 오히려 전공자들은 부동산 투자 등의 자산운용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 본 것이 ‘대기업이 못하는 일이 무엇일까?’ 였어요. 부동산 업종에서는 중개업이 개인화된 시장이고, 지역적인 특색이 강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대기업들이 들어오기 너무 어려운 시장이죠. 여기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 부동산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단기임대 시장의 가능성을 보다
스페이스브이를 창업하기 전까지 그는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영역을 직접 경험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오프라인 부동산 중개업, 공유 스페이스 임대 사업, 경매, 시행, 분양 등 부동산 관련 분야를 10년간 두루 경험했다. 그동안 가장 큰 가능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 속에서 더 이상 블루오션의 영역이 무엇이 남아있을까 싶지만 그가 경험했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수요를 놓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단기임대’ 수요였다. 2년의 전・월세 계약을 맺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미 해외에서 단기임대는 일반적인 부동산 상품 중 하나이다.
“처음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경험했을 때, 단기임대 수요 건이 전・월세 계약 건보다 훨씬 많았어요. 두 달, 세 달 이렇게 집을 비우고 임대하는 것이 익숙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단기임대가 필요한 상황에 놓이지 않기 때문에 잘 몰랐던 영역이었죠. 어떻게 보면 사실 당연한 것이거든요. 내가 6달만 머무를 집이 필요하면 해당 기간만 계약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3개월이나 6개월이 필요해도 무조건 2년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만큼만 계약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기존 시장은 전세든 월세든 2년 계약이 관습화되어 있어서 이런 수요를 잘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단기로 빌리고 싶은 사람과 그렇게 빌려주고 싶은 사람이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었어요.”
전・월세 2년 계약이 고착화된 시장에서도 분명히 단 몇 주만, 몇 개월만 임대가 필요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그는 블루오션, 새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가진 한계나 특수성도 그의 이목을 끌었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스템보다는 개인 중개업자들이 파편화되어 시장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 큰 자본이 들어와 있는 산업에 비하면 낙후된 지점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한계를 보완하고 넘을 수 있는 서비스를 잘 만든다면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박형준 동문은 온라인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를 론칭했다. 삼삼엠투는 일주일 단위 이상 이용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쉽게 찾고 안전하게 계약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단기임대가 33㎡(10평) 내외의 원룸, 오피스텔 수요가 많아 착안한 이름이다. 삼삼엠투는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여기어때 등의 숙박 플랫폼과 다른 ‘임대업’으로 숙박 플랫폼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거주 공간을 빌릴 수 있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서비스
박형준 동문의 예측은 맞았다. 단기임대 수요자들은 늘 있었다. 다른 도시로 출장을 온 직장인들, 방학을 이용해 서울 학원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 이사 갈 때 집을 빼는 날과 들어가는 날이 안 맞는 경우, 다른 지역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잠시 귀국한 해외 교포들, 한 달 살기나 ‘워케이션(workation)’ 등 단기임대가 필요한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임대인 입장에서 단기임대가 매력적일까. 2년의 계약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데 임대인은 과연 단기임대 시장에 기꺼이 들어오려고 할까. 큰돈이 오가는 만큼 대면으로 하는 계약에 익숙한 임대인들에게 삼삼엠투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한계도 있었을 듯하다. 박형준 동문도 이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집주인분들을 확보하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처음엔 다른 방법은 없죠. 한 명 한 명 찾아뵙고 설득하는 수밖에요. 전단지도 돌리고요. 학교 앞에 가면 임대 문의 이렇게 붙여 놓은 전단지가 있잖아요. 서울에 있는 대학교 앞을 일일이 다 돌아다니며 전화를 해 본 것 같아요. 단기임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임대인 입장에서도 단기임대는 장기임대보다 월 임대료가 높을 뿐 아니라, 장기임대와 병행해 활용할 경우에도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부동산에서 계약하는 것보다 빠르고 수수료도 적고요. 이런 부분을 한 분 한 분 설득했고, 또 하나 둘 플랫폼에서 성사되는 거래가 늘어나다 보니 그 경험들이 축적돼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처음 하는 게 어렵지만, 삼삼엠투 플랫폼에서 다른 집주인들이 하고 있으니까 이제 용기를 내는 것 같아요. 어느 지역에나 단기임대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고, 어느 지역에나 집주인들은 있으니까요.”
삼삼엠투는 현재 앱 다운로드 누적 100만 건을 돌파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 이후로 고공 성장하며 국내 최대 단기임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삼엠투 플랫폼을 통해 단기 계약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제 집주인, 투자자 모두 임대차 시장에 ‘단기임대’ 라는 상품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장기임대,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이 아닌 몇 주, 몇 달 단위로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다는 좋은 선택지가 생겼다.
단기임대 플랫폼 활성화의 답, 신뢰성 확보
한편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임대차 계약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꽤 큰 금액의 돈이 오가는 거래다. 그런데 삼삼엠투가 신뢰를 얻으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안전 장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도 마찬가지잖아요. 음식 맛이나 위생이 중요한데 요즘은 음식을 배달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됐어요. 사회적인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라도 불량한 케이스가 있다고 해도 그건 저희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퇴출된다는 인식도 있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삼삼엠투는 더욱 그렇죠. 비대면 계약에서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우리 서비스만의 핵심이에요.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100퍼센트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계속해서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삼삼엠투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보관하고 있다 입주가 확인되고, 계약이 이행되면 집주인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불량한 임대인이나 세입자가 있다면 과감하게 이용 정지를 내리는 등의 서비스 원칙은 신뢰성 확보가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이라는 그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모든 계약의 보증금을 33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설정한 것도 리스크를 줄여 온라인 계약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임대 시장이 이렇게 상승세를 탄다면 박형준 동문이 주목하고 있는 타깃이나 트렌드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는 기본에 충실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어떤 특정 타깃층이 증가한다는 것에 사실 저희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왜냐하면 이미 많이 있거든요. 수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급이 부족한 시장이죠.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연령대의 고객이 다 증가하고 있어요. 주요 이용 고객이 30~40대, 그다음이 20, 50, 60대인데 사실 비율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나요. 전 연령대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죠. 또 이용자들이 찾는 것들을 보면 특별하지 않아요. 그냥 우리 집을 찾을 때 많이 보는 것들이죠. 주차 여부라든지 에어컨 여부, 방이 몇 개인지 등 저희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에 꼭 필요한’ 서비스예요. 그냥 일반적인 임대 시장이고 그것이 근간이죠. 처음에는 한 타깃을 집중적으로 마케팅 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게 의미가 없더라고요. 단기임대라는 이 상품 자체를 알리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저희 서비스를 키워 온 마케팅 전략인 것 같아요.”
동문에서 동업자로, 든든한 우군과의 시너지
박형준 동문이 창업을 하고 삼삼엠투를 세상에 내놓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공동 창업자이자 삼삼엠투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영 동문(도시공학 03)이다. 이들은 삼삼엠투 이전에도 한 번 공동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사실 이전에 소개팅앱으로 스타트업 공동 창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진로를 모색하고 있었는데 공동 창업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사실 둘 다 대기업을 다녔고,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얼굴 정도만 알고 있었죠. (웃음) 소개팅앱을 만들고 6명이 함께 창업했는데 저희 둘이 제일 빨리 그만뒀죠. 그러다가 삼삼엠투로 다시 뭉치게 됐어요.”
잘 알지 못했던 사이, 그러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업에 이재영 동문은 왜 박형준 동문에게 공동 창업 제의를 먼저 했던 것일까, 왠지 이들만의 팀워크와 삼삼엠투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웃음) 음, 사실 대학 시절 같이 조모임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이런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같이 있을 때 되게 유쾌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어차피 하루 8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좀 재미있고 유쾌하게 일할 수 있겠다 싶었죠. (웃음) 좋은 사람이라는 인격에 대한 확신이랄까요?”
한눈에 보면 차분해 보이는 박형준 동문과 역동적으로 보이는 이재영 동문. 서로 너무 달라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창업이라는, 주도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었기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고민해야 할 것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많지만 이들은 그 성장의 단계들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영역에서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말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기 위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단기임대 시장에서 이미 앞서나가고 있는 삼삼엠투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온라인에서 새 판을 짰다면, 이제 박형준 동문은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에 그는 ‘당연하다’고 단언한다.
“사실 마음의 준비부터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웃음) 왜냐하면 저희 서비스 이용자들은 먼 곳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출장 오신 분들처럼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지역 내에서만 필요로 하는 수요도 있어요. 제일 많은 게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집을 비우고 지낼 곳을 찾는 분들이거든요. 그 동네에서만 구해야 하죠.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서비스 모델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현지 공급자를 찾을 수도 있고, 에어비앤비처럼 하나의 서비스로 모든 나라에서 서비스를 할 수도 있고요. 여러 면으로 검토를 하면서 준비 중입니다.”
그러나 박형준 동문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성장의 토대 위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 서비스가 전 국민의 서비스가 되기를 바란다.
“현재의 서비스에 충실하면서 빨리 더 성장해야죠. 아직까지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서비스는 아니잖아요. 장기적으로는 거창한 것보다는 그냥,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많은 고객들이 만족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정받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으면 해요.”
스페이스브이의 모토는 ‘집과 사람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미 레드오션이라 여겨왔던 부동산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필요를, 또 다른 누군가와 연결시켜 시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온 그이기에 평범해 보이는 모토에서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을, 우리의 삶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갈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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