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함께 ‘에브리타임’
더 나은 대학생활을 꿈꾸는 김한이 비누랩스 대표(컴퓨터과학 09)
우리나라 대학생 중 ‘에브리타임’을 사용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에브리타임은 강의 및 취업, 대외활동 등 캠퍼스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얻고 전국 모든 대학 친구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전국 대학생들의 필수 앱’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재학 시절 에브리타임 서비스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단순 커뮤니티 이상의 대학생활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김한이 동문. 그는 에브리타임을 통해 대학생활의 24시간, 입학부터 졸업까지 알차고 유용한 서비스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수강신청의 불편함을 해결한 강의 스케줄러
김한이 동문의 대학 1-2학년 시절,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IT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웹사이트 중심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점점 서비스가 전환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기계공학과로 입학했지만 그에게 이런 세상의 변화는 흥미로웠고 관심을 끌었다. 그는 3학년 때 컴퓨터과학과로 전과를 하며 본격적으로 IT분야에 입문했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학과 수업에서는 이미 앱 개발 등의 커리큘럼을 선제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수업에서 배운 지식은 에브리타임의 개발로도 이어졌다. 놀랍게도 에브리타임은 그가 개발한 ‘첫’ 애플리케이션이었고, 자신의 필요로부터 시작됐다.
“처음 개발했을 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개발한 강의 스케줄러 기능을 가진 웹사이트로부터 시작됐죠. 3학년 때 애플리케이션으로 거듭났고요. 개발했던 이유는 사실 제 대학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였어요. 1학년 때는 교양과목 수업 비중이 높잖아요. 교양과목 수업 사이사이 시간이 생기게 마련이었고요. 미리 생각해둔 스케줄에 맞는 교양과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PC방에 가서 수강신청을 해야 했어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스케줄 조합을 만들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쉽고 편리하게 강의 스케줄을 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했고,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강의 스케줄러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죠.”
누구나 수강신청 기간마다 불편함을 느꼈지만, 실행에 나선 것은 바로 그였다. 스스로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혹은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하며 필요했던 기능이었고, 그렇게 자신을 포함한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필요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 그가 개발한 강의 스케줄러 프로그램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인기를 끌었고 타 학교 학생들도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학교를 넘어 타 대학 20여 곳과 연동해 사용자가 계속 확장됐다.
모든 대학생의 필수앱으로 성장, 위기를 기회로
2015년, 졸업을 몇 학기 앞둔 시기. 그는 인생을 바꿀 선택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시기를 맞았던 것. 하지만 취업을 해서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수많은 대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에브리타임을 운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우리 대학교 동문을 포함한 친구 3명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사실 부모님들, 주변 지인들의 걱정도 많았고 당시에는 대학생 창업도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 역시 오래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에브리타임 서비스의 사용자들이 좀 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또 오랜 기간 서비스를 운영해 오면서 애착도 깊었고요. 창업 자체가 목표였다기보다는 이 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하며 명확한 목표도 가졌다. 서비스를 전국 대학으로 확대하는 것. 수도권 중심 20개 학교를 넘어 지방에 있는 대학교들에서도 계속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던 시기이기도 했다. 창업 당시 약 100만 명 정도였던 사용자가 2019년에는 약 400만 명 정도로 급격하게 늘었다. 부담스럽기도 할 만하지만 오히려 어떻게 더 성장시켜 나갈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경쟁사가 없는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고, 론칭하는 서비스마다 승승장구하며 창업 이래 그에게 큰 굴곡은 없었다. 또 한편으로, 언제나 준비된 그는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비누랩스가 또 한 번의 도약을 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새터, 동아리 활동, 졸업식까지 오프라인 대학생활이 모두 ‘멈춤의 시간’이었기에 대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모였다.
“광고가 많은 수익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팬데믹으로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을 많이 줄였어요. 어쩌면 저희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될 수 있었지만, 사용자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니 더 자주 에브리타임에 와서 정보를 얻고 교류했어요. 예전에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얻을 수 있었던 선배들의 정보를 에브리타임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어요. 에브리타임에 와야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많았고요. 한마디로 ‘온라인 캠퍼스’ 역할을 한 것이죠. 그전까지 에브리타임이 강의 스케줄러나 강의 평가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유틸리티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팬데믹을 계기로 커뮤니티 앱으로서 정체성을 확장해 나갔죠.”
현재 에브리타임의 누적 가입자는 700만 명, 재학생 가입자는 약 270만 명에 이른다. 명실상부 모든 대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85%에 달한다(학생복지스토어 에브리유니즈 거래액 기준).
대학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살아있는’ 플랫폼
에브리타임은 일반인들에게 단순 대학생 커뮤니티 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대학생활에 필요한 요긴한 서비스들로 가득한 ‘대학생활 플랫폼’이다. 각 대학별, 학과별 게시판이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게시판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신설할 수도 있다. 이런 커뮤니티 기능에 공모전, 동아리, 스터디 등 학생들의 다양한 대외 활동에 초점을 둔 각종 정보와 사용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캠퍼스 픽’ 서비스가 있다. 또한 ‘학생복지스토어’라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통해 학생들에게 IT기기나 패션, 식료품 같은 용품을 기업과 제휴해 할인 판매하고 있다. 생생한 교류와 실용 정보, 체감할 수 있는 생활의 도움까지 보다 실제적인 서비스로 ‘대학생활의 생태계’ 그 자체를 이루고 있다.
에브리타임이 대학생들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국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 그리고 졸업한 동문들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다. 고등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대학생들은 실제 겪은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답변해주는 ‘대학백과’ 서비스도 인기가 많다. 취업한 졸업생들은 입사 준비를 했던 경험과 팁, 다니고 있는 회사 정보를 공유한다. 이용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살아있는 정보가 소통되고 참여자들 간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앱을 사용하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에브리타임에 탑재된 다양한 서비스는 여러 시도를 통해 개선되고, 발전해 왔지만 언제나 서비스의 기반은 ‘사용자 관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단순히 사용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한 발 앞서 사용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것은 비누랩스의 구성원 선발 시에도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자질이다. 또한 김한이 동문은 사용자가 변화하는 만큼 그 세대에 맞는 서비스로서의 진화・발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들은 대학생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자 한 노력에서 출발했어요. 제 스스로의 필요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주변 다른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죠. 사업에 집중하느라 2020년까지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학생들의 니즈를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사용자들이 유용하게 잘 써주시니 단순히 회사의 성장을 넘어선 보람도 큽니다. 사실 저희 때만 해도 웹사이트에 더 익숙했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확실히 모바일 세대인 것 같아요. 시간표도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죠. 저희가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 어쩌면 현재까지도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가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생존’하는 것이 성공
김한이 동문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의 아이콘으로 줄곧 주목받아 왔다. 그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을 그 스스로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또 앞으로의 성공은 무엇에 달려있을까.
“저는 ‘집중’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회사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집중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안 해야 할지, 무엇이 안 좋을지를 고민해서 정말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에브리타임을 만들어 온 과정도 그렇고,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회사의 입장에서 성공의 기준은 살아남는 것, 곧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는 회사가 성공한 것이고요. 현재는 성공한 상태이지만 몇 년 뒤에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계속 잘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계속, 잘, 살아남기 위해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사용자들의 대학생활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가 추구하는 것, 그리고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은 결국 대학생들의 24시간, 그리고 대학생들의 입학과 졸업까지 전 과정에서 저희 서비스가 도움이 돼 더 나은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대학시절 창업에 성공한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자주 회자되는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조언한다.
“창업한다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으면 해요. 보다 ‘가치 있는 창업’을 하기 바랍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 아래서 일을 하는 것보다 내 일을 하는 게 좋다는 식의 접근으로 창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것보다는 의미가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기 힘든 어려운 것에 도전해 보는 형태의 창업이었으면 합니다. 저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에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강의 시간표 스케줄러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어떻게든 전국 400개 캠퍼스의 학사 정보를 얻기 위해 일일이 찾아보기도 했거든요. 모두가 필요로 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죠. 귀찮고 번거로운 일, 그래서 역으로 성장의 기회가 되었고요.”
세계 무대를 향해 한 걸음 더
김한이 동문은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첫 번째 시장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학사제도나 교육열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고 대학 진학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여러모로 우리와 비슷한 베트남이 새로운 시장으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만간 하노이 지역을 중심으로 베트남 대학에서도 에브리타임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하반기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 중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 학생들이 많아요.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고, 학사제도에 있어서 비슷한 점도 있고요. 때문에 한국에서 했던 어떤 고민들,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을 베트남 대학생들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해 온 비누랩스의 노하우와 솔루션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미 현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포커스 인터뷰를 100여 명 정도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비누랩스(VINU Labs)’라는 사명은 대학을 의미하는 영단어 ‘University’의 ‘UNIV.’를 거꾸로 배치한 것이다. 대학생들이 더 나은 시간,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학시절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학생활을 180도 뒤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김한이 동문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김한이 동문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많은 변화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대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의미 있는 답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더 나은 대학생활을 위해 그는 또 어떤 변화를 이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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