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학위수여식사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40만 연세 동문의 일원이 되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설렘과 기대 속에 처음 이 교정에 들어섰던 날을 뒤로하고, 이제 찬란한 미래를 향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러분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아울러, 이 여정을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지원해 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도 학교를 대표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 졸업생들의 또 다른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귀한 걸음을 해주신 허동수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이경률 총동문회장님, 김병수 전임 총장님 그리고 동문 여러분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오늘 졸업하는 이 빛나는 젊은이들을 위해 교단에서 열정과 헌신을 다하신 교수님들과, 늘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직원 선생님들의 노고에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세 교정에서 여러분은 수없이 백양로를 오갔을 것입니다. 1917년, 신촌에 교정을 조성할 때 밀러 교수의 지도하에 진입로 좌우에 은백양나무(Populus alba)를 심으며, 백양로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960년대까지 백양로에는 백양나무가 무성했고, 그렇게 백양나무는 연세의 길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백양로에서 백양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워 안타깝던 차에, 지난 4월,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우리 대학에 은백양나무 묘목 30주를 기증해 주시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연세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을 때, 백양로가 명실상부한 백양로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요. 그중 열 그루는 신촌캠퍼스에 ‘은백양나무 상징 공간’을 조성해 식재하였고, 나머지는 묘포장에서 소중히 가꾸고 있습니다. 연세의 뜰에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 여러분처럼, 은백양나무도 해가 갈수록 튼튼한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나겠지요. 그리고 여러분이 연세의 동문으로 교정을 찾을 때, 백양로에서 은빛으로 빛나며 여러분을 반길 겁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들이 훌륭한 연세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 연세대학교도 여러분과 함께 많은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한 과학기술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생명과학은 삶과 사회 전반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 연세대학교는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혁신적 연구 생태계를 캠퍼스에 구축했습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대학 중 두 번째로 양자컴퓨터를 도입하고, 양자사업단 운영과 세계적 석학 초빙을 통해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연세 양자사업단은 정밀 의료와 신약 개발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본격적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성과로 국내 최초로 양자컴퓨팅·인공지능 기반 첨단 신약 개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주체로 선정되었습니다. 또, 지난 7월 28일에는 연세대 기초과학연구원(Yonsei-IBS)과 독일의 114년 전통을 자랑하는 막스플랑크협회가 공동연구센터 개소식을 열고 협력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탁월성을 바탕으로 우리 연세대학교는 세상의 틀을 깨는 도전과 인류 미래를 위한 선한 영향력의 확산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문학에서 한강 동문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듯, 과학 분야에서도 제2, 제3의 노벨상 수상자가 연세에서 탄생하리라 확신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졸업생 여러분,
눈부신 과학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기후 위기, 인구감소, 불평등과 같은 인류 공동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와 각자도생의 흐름 속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양극화와 고립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공동체 정신과 유대감을 되살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연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감수성이 필수적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교차하는 글로벌 무대에서 정의와 평화를 촉진하는 가교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알렌과 언더우드 선교사를 비롯해 연세의 선배들은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공동체와 이웃을 섬기는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자유로운 정신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있었기에 이한열 열사의 의로운 투쟁도, 한강 작가의 문학도 가능했습니다. 복음성가의 한 구절처럼, 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비추기보다, 누군가의 길을 함께 밝혀준” 삶을 살았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앞으로도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입니다. 특히 저개발국가의 연구·교육·행정 역량 강화를 위한 교류와 지원에 앞장서겠습니다. 올해 QS 세계대학 순위에서 세계 50위를 기록하고 4년 연속 아시아 사립대학 중 1위를 유지한 것은 졸업생 여러분을 포함한 모든 연세 구성원과 동문의 헌신 덕분입니다. QS 평가에서 ‘국제화’는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세계 유수 대학과의 교류를 확대함과 동시에, 저개발국가와의 연계를 강화해 ‘섬김의 정신’을 실천할 것입니다. 연세인으로서 여러분은 기술과 인간 존엄을 조화시키는 책임 있는 리더가 되어, 혁신의 열매를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는 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난 시기 사회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재건하는 지식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습니다. 특히 의료정책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의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지 의료계 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에 있어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이 위기를 계기로 사회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안정된 교육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140여 년 동안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의 길에서 언제나 시대의 전환점에 서서 사회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는 단지 한 대학의 성취가 아니라, 자유와 책임, 나눔과 헌신의 정신을 실천해 온 수많은 연세인들의 발자취가 빚어낸 역사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여러분이 그 전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상생과 통합을 견인하고 더 나아가 인류 공동의 미래를 밝히는 주역이 되리라 믿습니다.
배움은 학위로 끝나지 않습니다. 평생에 걸쳐 지적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 곳곳에서 선의와 배려로 이웃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이러한 실천은 분명 많은 이들의 삶을 함께 일으켜나가는 귀중한 힘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졸업 이후에도 모교와의 소통을 이어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연세대학교는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연구 성과, 국제 협력 활동, 주요 소식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공식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수 50만 명을 돌파해 국내 대학 1위를 기록했으며, 세계 50위권 대학 중에서도 하버드, 옥스퍼드, MIT에 이어 8위에 해당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동문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소중히 이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자랑스러운 연세 동문입니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오늘 사회적 책무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가슴에 품고, 연세의 이름과 함께 빛나는 삶을 걸어 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연세의 희망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러분의 앞날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8월 29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