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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신촌캠퍼스 소식] 에비슨 선교사 증손주 블랙 남매 연세 캠퍼스 방문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9-12

에비슨 선교사 증손주 블랙 남매 연세 캠퍼스 방문

외증손자 데이비드 블랙, 생애 첫 방한 … “한국 향한 사랑과 애정 물려받아, 처음 왔지만 익숙하고 편안해”

에비슨 박사 내한 130주년 기념 방한한 외증손녀 낸시 블랙 … “연세대 발전에 감명받아”


[사진 1. 데이비드 블랙 교수가 루스채플을 방문해 대화에 임하고 있다.]


8월 21일, 루스채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언뜻 보면 생소한 인상이지만 그의 외가 쪽 가계를 듣는 순간 방문 이유가 단번에 납득이 가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와 연희전문학교 교장을 역임한 올리버 R. 에비슨 선교사의 외증손자 데이비드 블랙(이하 ‘블랙’) 교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첫 방한한 데이비드 블랙 교수 “외증조부와 외조부 언제나 자랑스러워”

커다란 백팩을 멘 채 채플 안으로 들어선 블랙 교수는,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짐짓 편안한 모습을 보인 채로 자리에 착석했다.


- 어릴 적부터 에비슨 일가와 연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나?

“안타깝게도 나의 외증조부와 외조부는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났다. 비록 그들과 직접 교류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있어 그들은 늘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며 선하고 정직하게 사는 인생이 얼마나 큰 영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했다. 낯선 이국 땅에서 평생 사랑을 실천하려 애썼던 외갓집 식구들의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자주 들었고, 나는 나의 선조들이 언제나 자랑스러웠다.”


블랙 교수의 외증조부인 올리버 R. 에비슨 선교사(1860~1956)는 1887년에 토론토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의료인의 길을 걸었다. 5년 뒤인 1892년, 그는 연희전문학교의 설립자인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뒤로한 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입국했다. 


제중원 원장으로 조선 의료사역을 시작한 에비슨 선교사는 이후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하며 당시 열악했던 의료 시설을 개선하고 의학 교육에 힘써 한국 최초의 면허 의사를 배출했다. 그의 넷째 아들이자 블랙 교수의 외조부인 더글라스 에비슨(1893~1951) 역시 아버지의 행적을 따라 토론토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평생을 조선 의료선교에 힘썼다.


- 가족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 특별히 이번에 처음 방문한 이유가 있나?

“첫 방한을 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밝히려니 조금 민망하다. 그동안 학자로서 연구를 지속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몇 년 전 방한의 기회가 있었으나 코로나19의 창궐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한국에 다녀왔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그 감동과 여운을 이전부터 나눠 줬다. 나의 어머니 역시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정신을 전심으로 사랑하셨고 이는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이번이 첫 방한이지만, 한국은 내 인생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장소이다.”


[사진 2. 데이비드 블랙 교수가 에비슨 선교사의 족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용인대한〮국체육학회 주최 학술대회 참석차 입국… 사회과학자로서 저명한 고견 나눠

블랙 교수는 우리 대학교를 방문하기에 앞서 8월 17일, 용인대와 한국체육학회가 주관한 ‘제35회 88서울올림픽기념 국제 학술대회’에 참여해 ‘스포츠 문화와 아이덴티티’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캐나다 달하우스대(Dalhouse University)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정치외교학과 스포츠의 융합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그의 고견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 정치와 스포츠의 융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많은 시민들은 정치와 스포츠를 각각 개별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사뭇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인 반면, 스포츠는 현실의 도피처이자 탈출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한데로 모으는 스포츠의 인기는 그 열정과 단합력의 측면에서 실제로 강력한 정치적인 힘을 만들어 낸다. 또한 스포츠 분야에서 이뤄지는 성 정체성에 관한 담론은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건넨다. 실제로 남아프리카에서 스포츠는 남녀 사이의 경계를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일종의 화해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정치와 사회의 핵심 문제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블랙 교수는 정치와 스포츠의 인과관계를 연구하며 특히 캐나다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개발 협력과 보안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는 캐나다와 남아프리카 각각의 외교 정책과 인권, 정체성과 아프리카에서의 사후 공산체제 시기를 다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여러 대륙과 국가 중 특별히 캐나다와 남아프리카를 지속적으로 연구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제적인 정치, 외교 및 개발 정책이 세계의 부와 권력 격차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캐나다와 남아프리카는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노력한 지역들 중 하나다. 그러나 때로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이 이미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더 공정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협력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사례도 적잖이 있다. 나는 캐나다와 아프리카가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애쓰는 지역들이라는 점에서 서로 더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기를 바라게 됐다. 더불어, 아프리카는 외부에서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속성을 지닌 대륙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개인적인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 그렇다면 정치와 스포츠의 국제적 협력에 있어 한국은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한국은 국제 스포츠 행사들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체계적이고 효능적으로 활용한 나라다. 이러한 역사는 1988년 하계 올림픽 당시, 국내 군사정권이 한국이 선진 국가로 부상하고 있음을 전 세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던 때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위신을 높이는 데 올림픽을 사용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많은 한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1987년에는 한국이 올림픽 개최 권리를 상실할 것이라는 국제적인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시 정부는 야당의 요구에 따라 개방화와 다당제 선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정치와 스포츠가 매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흥미로운 사례다. 이후 한국이 일궈낸 88올림픽의 성취는 한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을 변화시킨 유의미한 사건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이 이러한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때 세계가 주목했던 것은 이들의 매우 강력하고 열정적인 집단정신이었다. 실제로 2002년 FIFA 월드컵 당시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국이 개최한 월드컵 자체보다는 한국 팀이 준결승에 진출할 때 국민들이 보인 열광적인 응원과 환호였다. 이는 세계에 한국이 강한 집단의식과 결속력을 지닌 나라임을 증명해 냈다.”


루스채플에서의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블랙 교수는 신촌캠퍼스와 세브란스병원을 둘러보며 우리 대학교의 전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신 “캠퍼스가 정말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내뱉은 그는, 놀라움과 뭉클함이 함께 담긴 눈빛으로 학교 곳곳을 눈에 담았다.


블랙 교수는 “증조부가 만드신 학교가 이렇게 국제적으로 발전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가 한국에서 보인 사랑과 선교 정신을 토대로, 앞으로 학자로서 학생들을 양육하고 지도하는 일에 더 힘쓰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사진 3. 우리 대학교에 방문해 서승환 총장과 정미현 교목실장을 만난 낸시 블랙 교수]


낸시 블랙 교수, 에비슨 박사 내한 130주년 행사 참석… 우리 대학교 발전에 ‘감탄’

앞서 지난 5월 18일에는 올리버 R. 에비슨 선교사의 증손녀이자 데이비드 블랙 교수의 여동생인 낸시 블랙 교수가 에비슨 박사 내한 130주년을 맞아 우리 대학교를 방문했다. 캐나다 몽튼대(Université de Moncton) 기계공학과 교수로서 인체 공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낸시 블랙 교수는 윤동섭 의료원장, 이은직 의대학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박용범 제중원개발원장 등 세브란스병원 주요 학술진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후에는 종합관 4층 세브란스 아트리움에서 에비슨 박사 내한 130주년 기념 전시회를 관람하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방문해 더글라스 에비슨 선교사의 묘소를 찾아 추모하는 등 그의 행적을 찬찬히 훑는 시간을 가졌다.


낸시 블랙 교수는 “외증조부의 땀과 헌신으로 세워진 연세대학교가 이렇게 발전한 것에 크게 감명받았다. 앞으로도 연세 학자들과의 지속적인 연구 교류 협력을 통해 인연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랙 남매의 캠퍼스 방문 일정을 연일 동행했던 정미현 교목실장은 “초창기 연세대학교 설립을 위해 힘썼던 에비슨 선교사의 4대손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나눴다. 앞으로도 이들과의 국제적 교류를 활성화해 연구 다양성 지표를 향상시키고, 연구 생태계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며, 국제 개발에도 협력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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