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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세계 속에서 진정한 ‘한국의 의미’를 발견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6-05-04

세계 속에서 진정한 ‘한국의 의미’를 발견하다

 

최영진 언더우드국제대학 특임교수(정치외교 69학번)

 

 

“코트디부아르에 합법적 민주정부를 세우는 그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10월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유혈사태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과 당선자 사이의 내전이 격화되면서 3,500명의 사망자와 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내전을 종식시킨 이는 당시 한국인 최초로 코트디부아르 UN 사무총장 특별대사였던 최영진 동문(정치외교 69학번). 그는 생명의 위협 앞에서도 UN 평화유지군을 진두지휘하며 4개월 만에 내전을 종식시키고 코트디부아르에 평화를 선물했다. 전 세계는 아프리카의 민주화와 통일에 이바지한 한국인 외교관에게 주목했다.

 

2013년 5월, 41년 간의 다사다난했던 공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현재 모교에 돌아와 언더우드국제대학에서 영어로 동서양 비교문화론 등을 강의하며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새천년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여기 연세인 최영진 동문을 만났다.

 

 

의대 수석 입학 … 정외과 편입 후

1년 만에 외무고시 합격

 

공식적으로는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최 동문은 1967년 우리 대학 의예과에 수석 입학해 4년간 의학을 공부했다.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의대에 입학했지만 당시 역사와 철학에 큰 흥미를 느낀 그는 “한번 사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는 생각에 정외과로 학사 편입을 결정했다. 편입 1년 만인 1972년, 외무고시 6기에 합격했지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에만 4년이 걸렸다고 한다.

 

“60~70년대만 해도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답답함을 많이 느꼈죠. 외국은 어떤지,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서양은 특히 잘 살았는데 어떻게 그런 성과를 거뒀는지 알고 싶었어요. 외교관이 그런 갈증을 해소하는 데 가장 가까운 직업이었죠.”

 

 

한국 유일 주미대사와 주유엔대사 역임

동서양 문화 비교 저서 출간

 

41년간 그가 걸어온 외교관으로서의 이력은 화려하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 외교정책실장, 주오스트리아 대사, 외교부 차관 등 숱한 직책을 역임했으며 한국 외교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주미대사와 주유엔대사를 지냈다. 영어와 불어 등 뛰어난 어학실력을 바탕으로 다자외교 업무에 전문성을 쌓았다.

 

그는 “동서양 문화 비교 연구”에 관해서도 조예가 깊다. 국제 정치현장을 누비며 해당 분야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 그는 외무공무원 국비 연수로 파리 1대학(소르본)에서 동서양 비교문화를 2년간 공부해 학위를 따기도 했다.

 

“우리는 동양의 진짜 가치, 즉 동양이 세계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과 같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 외교관 생활을 통해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보며 그러한 시각을 많이 갖췄습니다. 서양은 이야기하지 않는 동양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상호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 교수는 1970년대 프랑스에서 2등 서기관으로 근무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쓴 「동양과 서양」을 비롯해 동서양 문화 비교에 관한 다양한 책을 집필했다. 국제학부와 국제학대학원에서도 관련 강의를 펼치며 비교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 시대 새로운 대안은 우리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

“우리의 눈으로 본 동서양 비교 알리고 싶어”

 

“동양은 유교, 서양은 기독교가 수천 년의 역사를 지탱해왔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적, 문화적 기반 위에 쓰인 역사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국가 부채와 복지, 도덕의 부재 등 각종 위기를 겪고 있는 서양 각국의 상황을 봤을 때 이제는 더 이상 과거 서구 가치관으로는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죠. 서양의 민주성과 창의성은 잃지 말되, 동양에서 배워야 할 것을 배워야 합니다. 똑같이 따라가다가는 똑같이 위기에 봉착할 뿐입니다.”

 

그는 ‘금수저’, ‘갑질’,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에서 새로운 대안은 우리의 문화, 동양의 가치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의 꿈은 동서양 문화를 우리의 시각에서 비교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것. 지금까지는 서양의 관점에서 극복되어야 할 단점처럼 동양 문화가 부각되었다면, 이제는 서양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서 동양의 장점을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그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하루하루를 주어진 선물로 여기고,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을 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의미다. 그는 “카르페 디엠 사상은 알고 보면 유교 사상에 더 깊이 스며있다.”며 연세인들에게 “동양인으로서, 연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말고 오늘을 살기”를 당부했다. 막연한 내일 앞에 ‘나 자신’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이 시대, 최 동문의 메시지가 보다 의미 있는 오늘을 살게 하는 큰 울림이 되길 바라본다.

 

 

vol.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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