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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가장 따뜻한 연정주의자, 안녕을 고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6-03-05

가장 따뜻한 연정주의자, 안녕을 고하다

 

양승함 교수 (정치외교학 70학번)

 

 

“지난 25년 동안 연세에서 봉직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고 보람이었습니다. 이 이상의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애 최고의 보람을 느낍니다. 제 인생은 언제나 연세와 함께였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지난 25년간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자타공인 ‘연정주의자(연대 정외과에 대한 애정을 지닌 사람)’라 불리는 양승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을 배우게 하고, 가르치게 했던 연세에서의 삶이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교수 이상의 멘토 … 제자들 위해 연정장학기금 마련

결혼 주례금 기부하기도

 

1970년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양승함 교수는 우리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러시아 정치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3년부터 정외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 평생을 연세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그는 정치외교학 분야에 있어서 카리스마적 인물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장 따뜻한 교수님’으로 알려져 있다. 학부생 면담은 물론 학생들과의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제자이자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의원(정치외교학과 90학번) 역시 과거 <여기 연세인> 인터뷰를 통해 양승함 교수를 학창시절의 멘토로 꼽은 바 있다.

 

“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니 여러 교수님들이 생각나고, 좋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특히 양승함 교수님이 기억에 남아요. 양승함 교수님은 제가 대학원에 합격하고 나서 직접 찾아뵙고 조교를 하겠다고 자청했어요.”

 

김 의원은 “당시 신임 강사였던 양승함 교수님은 채점을 직접 꼼꼼하게 해 주셨는데, 빨간펜으로 첨삭하듯이 코멘트와 함께 잘못된 사실(fact)을 바로 잡아주는 등 학생들에 대한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며 “학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고, 후배나 제자들에게 늘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렇다보니 졸업한 제자들이 더러 주례를 부탁하기도 하는데, 그가 주례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는 후일담은 교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퇴임까지 1억 원의 장학금을 모으기로 결심한 뒤, 지난 6년간 매달 월급 중 50만원씩을 장학기금 계좌로 이체해 왔다. 그리고 2016년 2월, 제자들에게 1억 원의 ‘양승함 연정장학기금’을 남기고 떠나는 그의 결심은 현실이 되었다.

 

(국회의장 이만섭 홀)

 

(UN 홀)

 

사회과학대학장으로 활약 … 연희관 리모델링 추진

 

그는 이 같은 남다른 제자사랑에 대해 “자신의 모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양 교수는 신문방송편집인, 리더십센터 소장, 국가관리연구원장,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등 다양한 보직을 열정적으로 수행해 왔다.

 

“학교를 위해 일하면서 늘 모교의 발전을 위해, 모교의 후배이자 제자들을 위해 조직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죠.”

 

양 교수가 사회과학대학장과 행정대학장을 겸임하던 당시 사회과학대학의 발전기금 상황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심지어 연희관은 비가 샐 정도로 가장 열악한 건물이었다고. 그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전기금 모금을 추진하고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 최초로 사회과학대학 학과에 맞는 ‘컨셉 강의실’을 만드는 등 내부 리모델링을 진행한 것이다. 현재 국회 느낌이 물씬 풍기는 ‘국회의장 이만섭홀’과 UN 본부를 연상시키는 ‘UN홀’ 등 연희관을 상징하는 독창적인 공간들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연세 발전 위해 공동체 의식 회복하길 바라”

 

“그동안의 세월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끝에 오늘날 정치외교학과의 전통이 된 ‘연정 공동체 수련회’를 언급했다. 1994년 학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예전보다 학생들 사이에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세계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힘이야말로 바로 ‘팀워크’이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연정 공동체 수련회’를 조직했고 당시 학과 정원 450명 중 41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정치외교학과의 전통으로 남은 이 수련회는 현재 다른 학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점차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는 양 교수는 “과거보다 업적, 승진, 경쟁력 중심의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학교의 본래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을 표하며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당부하기도 했다.

 

 

“학교의 진정한 경쟁력은 공동체 의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연세는 단순한 직장,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구성원 모두가 연세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재직 교수로서 작별을 고하게 된 지금, 그는 먼저 20년 넘게 쌓인 책의 먼지를 털어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평생을 함께했던 학교를 떠난다는 사실에 고민도 많고 외로움도 느낀다는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새로운 삶을 설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하지만 공중도덕을 지키는 ‘작은 문화 운동’을 추진해보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냉철하지만 가슴 따뜻한 연정주의자, 양승함 교수가 새로이 걸어 나갈 제2의 ‘마이웨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vol.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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