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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특별 기고] 다시 함께 걸어요, 새로운 백양로에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11-29

다시 함께 걸어요

새로운 백양로에서

 

 

백양로는 길다.

 

첫 수업 시간에 빠듯해서 달음박질한다. 신촌 로터리에서부터 헐레벌떡 뛰어본 이들은 안다. 그 길이 얼마나 멀고 긴 지를. 중간쯤 딱 쉬어가기 좋은 학생회관을 휙 지나 간신히 백양로 끝에 다다랐나 했더니 언덕 위 종합관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주로 신입생을 위한 교양과목 강의가 열려 ‘어린이 놀이터’라 부르던 종합관. 얼른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마냥 대학 새내기들은 하루라도 빨리 종합관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백양로는 깊다.

 

캠퍼스 전체에 봄꽃 향기가 진동할 즈음, 그리고 은행나무가 노오랗다 못해 눈부신 황금빛으로 갈아입을 무렵 슬쩍 수업을 빼먹고 어디론가 숨어들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청송대로, 노천극장으로, 동문, 서문, 북문, 무악산 자락까지 넉넉한 캠퍼스는 곳곳에 은밀한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꽃 같은 청춘을 즐겼다.

 

 

백양로는 크다.

 

198769757922. 80년대 후반 연세대를 다녔던 이들이 주문처럼 외우는 숫자들. 22살 이한열 군이 1987년 6월 9일 백양로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세상을 떠났다. 7월 9일 민주국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 행렬은 백양로를 지나 신촌로터리,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어졌고 당시 서울에서만 100만 명의 추모 인파가 몰렸다. 6월 항쟁의 함성을 품은 백양로는 우리에게 단순히 ‘길’이 아니라 ‘민주광장’이자 ‘역사의 현장’이다.

 

2015년 10월 7일 다시 백양로를 걷는다. 활짝 열린 교문에 들어서면 탁 트인 백양로가 우리를 맞는다. 매일 사람과 부대끼며 이 길을 통과하던 1만2천여 대의 자동차가 지하로 이동한다. 이제 백양로는 보행자를 위한 사색과 토론의 공간으로서 명성을 되찾았다. 곳곳에 조성한 녹지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아직 여린 나무들이 너른 광장을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지만 몇 년만 지나면 저 나무들이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며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의 별칭 ‘Under the wood’를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연세대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이제 ‘재창조’란 말에 낯설고 어색해할 필요는 없다. 백양로는 달라진 게 아니라 더 길고 더 깊고 더 커졌을 뿐이다. 백양로는 정문에서 본관까지 550m의 도로가 아니라 6만㎡의 녹지와 축구장 8개가 들어갈 규모의 지하공간 백양누리를 갖춘 소통과 문화의 공간이다.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사이에 마련된 동문광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보인다. 동서를 가르던 차도가 없어지니 동쪽의 연세의료원과 서쪽의 대학 캠퍼스가 비로소 하나가 된다. 1957년 연희와 세브란스가 통합돼 연세가 태어난 지 58년 만에 진정한 공간적 통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밤비가 촉촉이 내리던 11월 18일, 금호아트홀연세 개관 기념 마지막 음악회에 가고자 백양로에 섰다. 저 멀리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금세 날아갈 듯 날개를 펼친 독수리상이 보인다. 까마득하기만 했던 백양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끝까지 한달음에 갈 것 같다.

 

김현미 주간동아 팀장(신문방송 8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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